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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군의 충격적인 과거!

서군이라는 친구가 있다. 우리는 1998년부터 매일 함께 다니면서 이상한 세계를 만들했다. 둘만 재미있는 세계, 아무리 엿들어도 논리를 짐작할 수 없고 아무리 망치질을 해도 부서지지 않는 세계를. 이 세계 탓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손가락질을 받았다. 그 세계는 항상 모두에게 열려 있었다. 하지만 아무도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. 그래서 놀림거리가 될 때마다 조금 억울했다. 아무튼 그런 그가 나를 부끄럽게 했다. 격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서 핀잔하는 건 아니지만, 민망했다.
제대를 앞둔 서군은 이정록 시인의 홈페이지(http://my.dreamwiz.com/siin14)에 글을 하나 남겼다. 정말 우연치 않게 ‘시인과의 대화’라는 게시판에서 발견했다. 물론, 미워하기 힘든 아주 깜찍한 편지지만 창피한 건 창피한 거니까.

선생님 안녕하세요? 모군의 친구입니다 (ㅅ님의 397번째 글, 12월 20일 조회 : 30)

선생님 안녕하세요.
모군의 친구입니다. 대학 동기 입니다
이렇게 소개해도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.
모군은 선생님 잘 안다고 하니까요.
모군이 군에 있는 거 아시죠? 저는 가끔 연락합니다.
저도 군에 있거든요. 운 좋게 군에 와서도 이런 것(인터넷)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. 물론 글 쓰는 일도 그만큼 할 수 있고요. 모군은 학기 초 부터 시 쓰는 일은 거의 그만둔 듯 했어요. 소설이 저한테 맞는다나 하면서요.
저는 아직도 시 쓰고 있고요. 아니죠, 저는 안 하는 장르 없이 다 건드려 보고 있습니다.

모군은 연락 자주 드리는지 모르겠습니다.
그 친구가 2월 제대고 제가 8월입니다.
막연히 한번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.
3월쯤에, 그 친구 제대하면, 소주 대병 짜리 하나 사서
찾아뵙겠습니다.
물론 이 홈페이지도 자주 들러서 얼굴도장도 좀 찍어 둬야겠죠?

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정록 선생님을 찾아뵙지 않았다. 새 시집을 몰래몰래 사 읽으면서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했다. 마음 한 편으로는 아직 조금 이른 것뿐이라고 믿었다. 이 글을 읽고 선생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. 시를 팽개치고 소설이 나한테 맞아!라고 떠들고 다니는 제자라니. 좋겠네, 넌 아직 시를 쓰고 있어서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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