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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년인사) 그리워. 그리워, 잠 못 이루더라도.

나 몰래 새해가 왔다.
새해를 맞닥뜨릴 때마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.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짐작할 수 없다. 엄청난 사건이 어깨를 부딪치고 지나가면서 지금까지 겪은 일은 가벼운 농담이었어, 라고 귓말을 남길 것 같다. 더 큰 일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.
저녁에 중학교 시절 친구를 만나서 <살찌는 집>에 갔다. 삼겹살을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자리에 없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했다. 누구는 제대를 한 뒤로 작은 마트에서 돼지 족 자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은 논다. 누구는 제대 60일을 남기고 친구들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보고 싶어서 자살할 지경이라고 고백한다. 물론 제대하면 여자만 만나러 다닐 게 뻔하다. 누구는 녹록지 않은 가정사에도 아직 꺾이지 않았고 누구는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며 어머니를 고생시키고 있었다. 그럼에도 집에서 명절을 보내느라 나오지 않았다.
술자리가 파하고 친구와 택시를 잡아세웠다.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.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, 여관방을 하나 잡아서 야식집에 전화를 돌렸을 것이다. 새벽에 깨어 이미 막힌 변기에 대고 술과 안주를 게워냈을지도 모른다. 하지만 그런 날은 물러갔고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. 여러 작은 것들이 변했다. 더 많은 게 앞으로 변할 것이다. 그러니 행복을 장담하거나 운세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. 단지 열심히 지내기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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