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사못 교수척장분지형

구두 뒷굽이 떨어졌다. 구둣방에서 본드를 붙여줬다. 다음날 다시 떨어졌다. 구둣방에서 나사못을 박아줬다. 세 개나 박아서 짱짱하기는 한데… 바닥을 디딜 때마다 나사못 머리 찧는 소리가 들렸다. 시멘트 블록에 쓸리기라도 하면 나사못에 교수척장분지형(絞首剔臟分肢刑)을 실행하는 집행관이 된 기분이었다. 나사못에게도 구두에게도 자꾸 미안해서 이제는 운동화를 신는다. 새 구두는 어디서 발이 묶였는지 당도하지…

뇌가 끈적끈적

단골 미용실에 지나 디자이너 선생님이 돌아왔대서 두 주나 일찍 머리카락을 잘랐다. 고개를 숙이면 왼팔이 저리다. 친구들이 주니어 사진을 보내곤 하는데, 서 씨의 아들은 어제 ‘××시 줄넘기 왕중왕전’ 3등 트로피를 제 것으로 만들었다. 바지 기장의 왕도는 여전히 모르겠다. 피 섞인 객담을 뱉곤 해서 조금 걱정이다. 학교 자판기의 맥스웰하우스 캔커피가…

파편, 2019년 10월.

20191004(금)나무 위에서.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무리가 멀리 보인다. 20191004(금)일생 동안 읽어야 할 글자를 매일 조금씩 지워나간다. 강에 떨어진 불꽃을 주우러 나가고 싶다가도 그걸 끌어안으며 걸어줄 흰 목이 이제 없어서 휘파람 같은 글들만 휘휘 읽었다. 간혹 어떤 낱말은 너로 찰랑이던 마음을 조금 엎질렀다. 20191011(금)2020년 1월 16일, 삼국지 14…

안성은 꼭 잊겠어요.

두 시간이나 일찍 안성에 도착했다. 연못에서 고니 두 마리가 다리 하나로 서서 졸고 있었다. 그다지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.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가끔 깃털 사이에서 꺼내곤 했다. 네가 아니더라도 가을에는 기분 좋은 것들이 가득 널려있다. 그래서 가을에라도 너를 안 본 셈 친다. 진작 보냈어야 할 게 이제 조금…